금융기관의 탄소회계 중요성
금융기관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축이다. 직접적인 운영 배출량보다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파이낸스드 이미션)이 최대 700배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고 대출하는지에 따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리스크는 금융기관의 자산 가치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자신의 대출 및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PCAF 표준 개요
탄소회계금융협회(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PCAF)는 금융기관의 대출 및 투자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공개하기 위한 글로벌 표준을 개발했다. 2015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 이니셔티브는 현재 전 세계 4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움직임으로 성장했다.
PCAF 표준은 금융기관이 자산군별로 구별된 방법론을 사용하여 대출 및 투자 포트폴리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상세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 표준은 다음 여섯 가지 자산군을 다룬다:
- 상장 주식 및 회사채
- 기업 대출 및 비상장 주식
- 프로젝트 파이낸스
- 상업용 부동산
- 모기지
- 자동차 대출
각 자산군에 대해 PCAF는 데이터 품질 계층과 배출량 할당 규칙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은 자신의 포트폴리오 탄소 발자국을 일관되고 투명하게 측정할 수 있다.
핵심 계산 원칙
PCAF 방법론의 핵심은 '귀속 원칙(attribution principle)'이다. 이는 금융기관이 금융 상품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일부를 자신의 포트폴리오 배출량으로 계산한다는 개념이다.
배출량 귀속 비율은 일반적으로 다음 공식으로 계산한다:
귀속 비율 = 금융기관의 투자액/대출액 ÷ 기업 또는 프로젝트의 총 가치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기업 가치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했다면, 해당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5%가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 배출량으로 귀속된다.
PCAF 표준은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에너지 배출), Scope 3(가치사슬 배출)을 모두 포함할 것을 권장하지만, 데이터 가용성과 신뢰성 문제로 인해 Scope 3은 현재 선택적으로 보고할 수 있다. 다만, 향후 Scope 3 보고가 필수화될 전망이다.
데이터 품질 체계
PCAF는 다음과 같은 5단계 데이터 품질 체계를 제공한다:
- 최고 품질(Score 1): 검증된 배출량 데이터를 직접 얻는 경우
- 높은 품질(Score 2): 비검증 배출량 데이터 또는 물리적 활동 기반 추정
- 중간 품질(Score 3): 경제적 활동 데이터(예: 매출) 기반 추정
- 낮은 품질(Score 4): 경제 부문 평균 기반 추정
- 최저 품질(Score 5): 대략적인 추정치
이 체계는 금융기관이 데이터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며, 이해관계자들에게 배출량 계산의 신뢰성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산군별 적용 방법론
상장 주식 및 회사채
상장 주식 및 회사채의 경우, 기업의 배출량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총액(EVIC: Enterprise Value Including Cash)을 사용한다. EVIC는 기업의 시가총액, 우선주 가치, 총부채를 합한 값이다.
귀속 배출량 = 기업의 배출량 × (금융기관의 투자액 ÷ EVIC)
기업 대출 및 비상장 주식
비상장 기업의 경우, 총 기업가치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총자산 또는 총자본을 분모로 사용한다.
귀속 배출량 = 기업의 배출량 × (금융기관의 대출액/투자액 ÷ 기업의 총자산)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매출액 기준 배출량 할당도 허용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스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경우, 프로젝트 총 부채와 자본 대비 금융기관의 지분율로 배출량을 할당한다.
귀속 배출량 = 프로젝트의 배출량 × (금융기관의 대출액/투자액 ÷ 프로젝트의 총 부채 및 자본)
상업용 부동산 및 모기지
상업용 부동산과 모기지의 경우, 부동산 가치 대비 대출 잔액 비율로 배출량을 할당한다.
귀속 배출량 = 부동산의 배출량 × (대출 잔액 ÷ 부동산 가치)
부동산의 실제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가 없는 경우, 건물 유형, 크기, 위치 등을 기반으로 한 추정치를 사용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Net-Zero 로드맵 설계
PCAF를 통해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측정한 후, 금융기관은 이를 기반으로 Net-Zero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SBTi FI 프레임워크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SBTi)는 금융기관을 위한 별도의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SBTi for Financial Institutions는 금융기관이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금융기관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포트폴리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 부문별 탈탄소화 접근법(SDA):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C 시나리오와 같은 탄소 예산 기반 접근법을 사용해 부문별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
- 온도 등급(Temperature Rating):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목표를 평균해 포트폴리오 전체의 온도 점수를 산출하고, 이를 1.5°C 또는 2°C로 제한하는 목표를 설정한다.
- 포트폴리오 커버리지: 포트폴리오 내 기업 중 SBTi 승인 목표를 갖춘 기업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목표를 설정한다.
포트폴리오 정렬 측정
Net-Zero 로드맵을 설계하기 위해 금융기관은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기후 시나리오와 얼마나 정렬되어 있는지 측정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정렬 측정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파리협약 자본전환평가(PACTA):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주요 부문(발전, 자동차, 철강 등)의 기술 노출도를 분석하여 포트폴리오의 전환 리스크를 평가한다.
- 내재 온도 상승(ITR): 포트폴리오의 현재 배출량과 목표가 구현될 경우 예상되는 지구 온도 상승 수준을 추정한다.
- Net-Zero 투자 프레임워크(NZIF): 전환 계획 평가, 마일스톤 도입, 포트폴리오 구성 최적화, 인게이지먼트 전략 개발 등 넷제로 투자를 위한 종합적 접근법을 제공한다.
전환 금융 확대
포트폴리오 탈탄소화를 위해 금융기관은 다음과 같은 전환 금융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 그린 부문 투자 확대: 재생에너지, 전기차, 그린 수소 등 저탄소 솔루션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 전환 금융 제공: 탄소 집약적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예: 전환 채권,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을 제공한다.
- 단계적 철수: 석탄발전, 석유·가스 탐사 등 고탄소 활동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명확한 일정을 수립한다.
- 적극적 주주권 행사: 투자 기업이 기후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고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도록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국내외 금융기관 사례
국내 금융기관 사례
국내 금융기관들도 PCAF 도입과 탄소중립 선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50년까지 그룹 내 모든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제로 카본 드라이브'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PCAF 방법론을 도입해 자산별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2030년까지 20.9조 원의 친환경 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2021년 PCAF에 가입했으며, 2030년까지 석탄발전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중단하고 그린 자산 비중을 25%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나금융그룹은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하나 탄소제로 선언'을 발표하고, 그린 금융 30조 원 공급 목표를 제시했다.
해외 금융기관 사례
HSBC는 2050년까지 파이낸스드 이미션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석유·가스, 전력·유틸리티, 자동차 등 주요 탄소 집약 부문의 파이낸스드 이미션을 2030년까지 34% 감축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750억에서 1조 달러의 친환경·지속가능 금융 및 투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BNP Paribas는 2017년 석탄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중단했으며, 2030년까지 EU와 OECD 국가의 석탄발전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25년까지 지속가능 금융 2,100억 유로를 지원하고, 2030년까지 석유·가스 산업의 탄소 집약도를 3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실무 적용 팁
PCAF 도입 단계별 접근법
- 시작 단계: 가장 배출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군(예: 기업 대출)부터 시작한다. 완벽한 데이터를 기다리기보다는 가용한 데이터로 우선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 데이터 수집 체계화: 고객사로부터 배출량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대출 계약 시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 벤치마킹: 동종 업계 선두 금융기관의 PCAF 적용 사례를 참고하여 모범 사례를 학습한다.
- 내부 역량 강화: 탄소회계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기존 직원을 교육하여 내부 역량을 강화한다.
Net-Zero 로드맵 개발 시 고려사항
- 과학기반 목표 설정: 파리협약 목표에 부합하는 과학기반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 최소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2030년)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 부문별 접근: 모든 부문에 동일한 감축 목표를 적용하기보다는 부문별 특성과 탈탄소화 가능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목표를 설정한다.
- 전환 계획 평가: 투자 대상 기업의 전환 계획을 평가하는 자체 기준을 개발한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탄소 집약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저탄소 전환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
- 정기적 검토와 조정: 기후 과학, 정책 환경, 기술 발전 등을 반영하여 로드맵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한다.
-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목표 설정 근거, 방법론, 진행 상황 등을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미래 전망 및 기회
PCAF 표준의 진화
PCAF 표준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주요 발전 방향은 다음과 같다:
- Scope 3 보고 강화: 현재 선택적인 Scope 3 보고가 점차 필수화될 전망이다. 이는 금융기관이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 배출량까지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 추가 자산군 포함: 현재 6개 자산군 외에도 소버린 채권,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 추가 자산군에 대한 방법론이 개발 중이다.
- 데이터 품질 향상: 기업의 배출량 공시 확대와 데이터 플랫폼 발전으로 데이터 품질이 점차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환경의 변화
금융기관의 탄소회계는 점차 규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 공시 의무화: EU의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와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은 금융기관의 파이낸스드 이미션 측정 및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 스트레스 테스트: 영국 및 EU 중앙은행들은 기후변화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하여 금융기관의 기후 리스크 관리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 감독 강화: 금융감독기관들은 기후 리스크를 자본 요건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탄소 집약적 자산에 대한 추가 자본 요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즈니스 기회
금융기관의 탄소회계 도입은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 지속가능 금융 상품 개발: 저탄소 투자 펀드, 그린 모기지, 전환 금융 등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 고객 인게이지먼트 강화: 기업 고객의 탄소 감축을 지원하는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 선제적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선제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향후 규제 강화나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 평판 및 브랜드 가치 제고: 선도적인 기후 행동을 통해 평판을 높이고 ESG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결론
금융기관의 탄소회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PCAF 표준은 금융기관이 자신의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일관되고 투명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견고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은 기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자본을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PCAF를 통한 탄소회계를 시작으로, SBTi FI 프레임워크에 따른 과학기반 감축 목표 설정,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및 전환 금융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이 넷제로 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방식은 단순히 탄소 집약적 산업에서 철수하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인게이지먼트와 전환 금융을 통해 고탄소 기업들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법은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진정한 지속가능 금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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