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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기본 5. 국제경제체제와 국제정치경제

Archiver for Everything 2025. 3. 1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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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경제학(IPE)의 이해

국제정치경제학(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IPE)은 국제관계에서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이 분야는 다음과 같은 기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 국가와 시장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 국제경제질서는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가?
  • 경제적 상호의존은 국가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국제경제체제에서 권력은 어떻게 분배되고 행사되는가?

주요 이론적 관점

국제정치경제를 이해하는 세 가지 주요 이론적 관점은 다음과 같다:

  • 현실주의(Realism/Mercantilism):
    • 국가 중심적 관점
    • 경제력을 국가 권력의 수단으로 인식
    • 상대적 이득(relative gains)과 경제안보 강조
    • 국가 간 경제 경쟁의 불가피성 주장
  • 자유주의(Liberalism):
    • 시장과 개인 행위자 중시
    • 자유무역과 경제적 상호의존의 이점 강조
    • 절대적 이득(absolute gains)을 통한 공동 번영 가능성
    • 국제기구와 규범의 역할 중요시
  • 구조주의/비판이론(Structuralism/Critical Theory):
    •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평등 비판
    • 중심부-주변부 관계와 종속성 분석
    • 지구적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 강조
    • 경제적 정의와 대안적 경제질서 모색

국제무역체제의 발전과 도전

브레튼우즈 체제의 형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된 브레튼우즈 체제는 전후 국제경제질서의 기반이 되었다:

  • 설립 배경: 대공황과 보호무역주의의 교훈, 자유무역 질서 구축 필요성
  • 핵심 제도:
    • 국제통화기금(IMF): 환율 안정과 국제수지 불균형 조정
    • 세계은행(World Bank): 전후 복구와 개발 금융 지원
    •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무역 자유화와 비차별 원칙
  • 달러 본위제: 고정환율제도와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
  • 내장된 자유주의(embedded liberalism): 국내 정책 자율성과 국제 자유화의 균형

GATT에서 WTO로

1947년부터 1994년까지 GATT는 여덟 차례의 다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관세 인하와 무역장벽 철폐를 추진했다:

  • 케네디 라운드(1963-1967): 주요 선진국 간 관세 인하
  • 도쿄 라운드(1973-1979): 비관세장벽 논의 시작
  • 우루과이 라운드(1986-1994):
    •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으로 의제 확대
    •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합의

1995년 출범한 WTO는 GATT보다 강화된 기능과 권한을 갖는다:

  • 포괄적 의제: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등 포함
  • 구속력 있는 분쟁해결제도: 패널 심사와 항소기구를 통한 법적 판결
  • 단일 수락(single undertaking) 원칙: 모든 협정을 패키지로 수락
  • 회원국 확대: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경제국 포함

현대 무역체제의 도전

WTO 체제는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 도하 개발 어젠다(DDA)의 교착:
    • 2001년 출범 이후 20년 이상 협상 지연
    • 농업 보조금, 개발 이슈 등에서 선진국-개도국 간 입장 차이
  • 분쟁해결기구의 위기:
    • 미국의 항소기구 위원 임명 거부로 2019년 이후 기능 마비
    • 중국 관련 사례 처리를 둘러싼 불만
  • 지역무역협정(RTAs)의 확산:
    • FTA, 경제동반자협정 등 양자·지역 협정 급증
    • '스파게티 볼 효과': 복잡한 무역규칙의 중첩
  • 보호무역주의의 부활:
    • 미중 무역 분쟁과 관세 전쟁
    •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안보와 자국 우선주의 강화

국제금융체제와 통화질서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와 변화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었다:

  • 배경: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 달러 과잉 발행, 금 준비 부족
  • 변동환율제로의 전환: 자마이카 협정(1976)으로 변동환율제 공식화
  • 달러 기축통화 체제 유지: '기축통화 없는 달러 본위제'의 모순
  • 금융 자유화와 탈규제: 자본 이동 통제 완화, 금융시장 개방

신자유주의적 금융질서의 확산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국제금융체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 IMF,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 재정긴축, 민영화, 자유화, 규제완화 등 정책 패키지
  • 금융 세계화(Financial Globalization):
    • 국경 간 자본 이동의 급증
    • 금융상품의 혁신과 다양화
    • 금융시장 간 연계성 심화
  • 금융위기의 빈발:
    •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외채위기
    •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변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제금융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
    • 바젤 III 협약을 통한 은행 자본 요건 강화
    • 금융안정위원회(FSB) 설립
  •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의 확대:
    • G7에서 G20으로 핵심 협의체 확대
    • 신흥국의 발언권 강화
  • 통화정책의 비전통화:
    • 양적완화(QE), 마이너스 금리 등 새로운 정책 도구
    •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 확대
  • 디지털 금융의 부상:
    • 핀테크 혁신과 전통 금융의 변화
    • 암호화폐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논의

세계화와 지역경제통합

세계화의 전개와 영향

1980년대 이후 가속화된 경제적 세계화는 국제경제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 무역과 투자의 확대:
    • 무역의 GDP 대비 비중 급증
    • 해외직접투자(FDI)의 글로벌 확산
  •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 GVCs)의 형성:
    • 생산과정의 국제적 분업화
    • 중간재 무역의 증가
    •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 확대
  • 세계화의 정치경제적 영향:
    • 전체적 경제성장과 빈곤 감소
    • 국가 간, 국가 내 불평등 심화
    • 노동시장과 산업구조 변화
    • 국가의 정책 자율성 제약

지역경제통합의 발전

세계화와 병행하여 지역 단위의 경제통합이 심화되었다:

  • 유럽연합(EU)의 심화와 확대:
    • 단일시장 완성과 유로화 도입
    •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가입
    • 브렉시트와 통합의 도전
  •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USMCA:
    • 미국-캐나다-멕시코 경제통합
    • 트럼프 행정부의 재협상과 USMCA로의 대체
  •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협력:
    • ASEAN의 중심성과 ASEAN+3
    •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
    •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발효
  • 기타 지역 협력체:
    • 남미공동시장(MERCOSUR)
    •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세계화의 재편과 미래

2010년대 이후 세계화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 글로벌화 속도의 둔화(Slowbalization):
    • 국제무역과 투자 증가세 둔화
    • 보호무역주의와 경제 민족주의 부상
  • 공급망의 재구성:
    • 코로나19 이후 회복력(resilience) 강조
    • 리쇼어링(reshoring), 니어쇼어링(nearshoring) 경향
    • 친구쇼어링(friendshoring): 동맹/우방국 중심 공급망
  • 디지털 세계화:
    • 데이터 흐름과 디지털 서비스 무역 증가
    • 디지털 무역 규범 경쟁
    • 디지털 보호주의와 사이버 주권

국제개발과 경제격차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개발 패러다임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 근대화 이론(1950-60년대):
    • 선진국 발전경로의 보편성 가정
    • 자본 축적과 산업화 강조
    • 월트 로스토우의 '경제성장 단계론'
  • 종속이론과 세계체제론(1970년대):
    • 중심부-주변부 관계의 구조적 불평등 비판
    • 선진국에 대한 종속성 탈피 주장
    • 수입대체산업화 전략
  • 신자유주의적 접근(1980-90년대):
    • 시장 중심 개혁과 구조조정
    • 무역·투자 자유화와 민영화
    • 워싱턴 컨센서스의 영향
  •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2000년대 이후):
    • 제도와 거버넌스의 중요성 인식
    • 빈곤감소와 포용적 성장 강조
    •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설정

국제개발협력의 행위자와 체제

개발협력 분야의 주요 행위자와 체제는 다음과 같다:

  • 다자개발은행:
    • 세계은행 그룹(World Bank Group)
    • 지역개발은행(ADB, AfDB, IDB 등)
    • 신흥 다자은행(AIIB, NDB 등)
  • UN 개발기구:
    • UN개발계획(UNDP)
    • 전문기구(FAO, WHO, UNESCO 등)
  • 양자 원조기관:
    • USAID(미국), JICA(일본), KOICA(한국) 등
    •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 새로운 공여국:
    •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공여국
    •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

지속가능발전과 미래 과제

현대 국제개발의 핵심 의제는 지속가능발전이며, 다음과 같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
    • 2030년까지 17개 목표 달성
    • 경제-사회-환경의 통합적 접근
  • 기후변화와 녹색전환:
    •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발전 경로
    • 기후재원과 기술이전
  • 불평등 해소:
    • 국가 간, 국가 내 불평등 대응
    • 포용적 성장과 사회안전망
  • 개발재원의 다양화:
    • 공적개발원조(ODA)의 한계
    • 민간자본 동원과 혁신적 재원

주요 경제 이슈와 국제정치

무역분쟁과 경제적 강제

무역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간 권력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 미중 무역 분쟁:
    • 관세 전쟁과 상호 제재
    • 기술 패권 경쟁으로의 확대
    • WTO 체제의 한계 노출
  • 경제적 강제(economic coercion)의 증가:
    • 제재(sanctions)의 광범위한 활용
    • 수출통제와 투자제한
    • 경제적 상호의존의 무기화
  • 전략적 자율성과 경제안보:
    • 핵심 산업과 기술의 보호
    • 공급망 안보와 다변화
    • 경제적 탄력성(economic resilience) 추구

디지털 경제와 기술 경쟁

디지털 기술은 국제정치경제의 새로운 전선이 되고 있다:

  • 디지털 무역과 데이터 거버넌스:
    • 국경 간 데이터 이동에 관한 규제
    • 디지털 서비스세와 조세 문제
    • 전자상거래 규범 경쟁
  • 기술 표준 경쟁:
    • 5G,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표준 설정
    • 표준 설정 기구에서의 영향력 경쟁
    • 디지털 실크로드 vs. 클린 네트워크
  • 디지털 격차와 포용:
    • 국가 간, 지역 간 디지털 인프라 격차
    • 디지털 역량과 리터러시
    • 디지털 포용과 접근성

에너지 전환과 자원 경쟁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자원 경쟁이 국제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에너지 지정학의 변화:
    • 셰일혁명과 미국의 에너지 자립
    • 중동의 지정학적 중요성 변화
    • 러시아-유럽 에너지 의존 관계
  • 녹색 전환과 재생에너지:
    • 탈탄소화 정책과 국제협력
    • 청정에너지 기술 경쟁
    • 그린뉴딜과 경제구조 전환
  • 핵심 광물자원 확보 경쟁:
    • 희토류, 리튬, 코발트 등 전략 자원
    • 공급망 안보와 자원 민족주의
    • 아프리카, 남미에서의 영향력 경쟁

결론: 국제정치경제의 미래 전망

국제정치경제는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 지정학과 지경학의 융합:
    • 경제와 안보의 경계 모호화
    • 전략적 경제 정책의 강화
    • 경제적 상호의존의 재평가
  • 다층적 거버넌스 체제:
    • 글로벌, 지역, 양자 수준의 복합적 질서
    •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의 역할 변화
    • 공식·비공식 제도의 병존
  •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의 도전:
    •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대응
    • 불평등 해소와 포용적 경제 모델
    • 기술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재편

국제정치와 국제경제의 상호작용은 더욱 밀접해지고 있으며, 복잡한 세계질서 속에서 국가들은 경제적 번영과 안보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경제질서는 지정학적 경쟁과 국내 정치적 요구, 그리고 새로운 글로벌 도전에 적응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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