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항상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생산능력, 원자재, 인력, 자금 등 모든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여러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때 어떤 제품에 얼마만큼의 자원을 배분할지 고민하게 된다. 똑같은 생산설비로 A제품과 B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어느 제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전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제품믹스(product mix) 의사결정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 하에서 여러 제품 중 어떤 조합으로 생산할 때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개별 제품의 수익성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고, 제약자원(constraining resource)을 고려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제약자원의 개념과 종류
제약자원이란 기업의 생산활동을 제한하는 핵심 자원을 의미한다. 아무리 다른 자원이 풍부해도 이 자원이 부족하면 전체 생산량이 제한된다. 마치 체인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전체 강도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제약자원은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물리적 제약자원이다. 생산설비의 가동시간, 작업장 공간, 저장 창고 용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00시간만 가동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이 기계 시간이 제약자원이 된다.
둘째는 인적 제약자원이다. 숙련된 기술자의 작업시간, 전문 인력의 수 등이 생산을 제한하는 경우다. 특히 고도의 기술이나 경험이 필요한 공정에서는 인적 자원이 주요 제약요인이 된다.
셋째는 원자재 제약자원이다. 핵심 원자재의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거나, 특정 부품의 조달이 어려운 경우가 해당된다.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로 자동차 생산이 제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넷째는 시장 제약자원이다. 아무리 생산능력이 있어도 시장에서 받아줄 수 있는 수요량에는 한계가 있다. 특정 제품의 최대 판매 가능량이 정해져 있다면 이것도 제약요인이 된다.
단일 제약자원 하에서의 제품믹스 결정
가장 기본적인 상황부터 살펴보자. 하나의 제약자원만 있을 때는 분석이 비교적 간단하다. 핵심 원칙은 '제약자원 단위당 기여이익이 가장 높은 제품부터 우선 생산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한 가구 제조업체가 의자와 테이블을 생산한다고 가정하자. 공통으로 사용하는 목공 기계의 가동시간이 월 400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각 제품의 정보는 다음과 같다.
의자: 판매가격 50,000원, 변동원가 30,000원, 기여이익 20,000원, 기계시간 2시간 소요 테이블: 판매가격 120,000원, 변동원가 80,000원, 기여이익 40,000원, 기계시간 8시간 소요
단순히 개별 제품의 기여이익만 보면 테이블이 40,000원으로 의자의 20,000원보다 두 배나 높다. 하지만 제약자원인 기계시간을 고려하면 판단이 달라진다.
의자의 기계시간당 기여이익은 20,000원 ÷ 2시간 = 10,000원/시간이다. 반면 테이블의 기계시간당 기여이익은 40,000원 ÷ 8시간 = 5,000원/시간이다. 따라서 제약자원 단위당 기여이익은 의자가 더 높다.
만약 의자와 테이블의 시장 수요가 모두 충분하다면, 제한된 400시간을 모두 의자 생산에 투입하는 것이 최적이다. 이 경우 200개의 의자를 생산하여 총 400만원의 기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모든 시간을 테이블 생산에 쓴다면 50개의 테이블을 생산하여 총 200만원의 기여이익만 얻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각 제품의 시장 수요에도 한계가 있다. 의자의 최대 판매량이 150개라면, 150개 생산에 300시간을 투입하고 남은 100시간으로 테이블 12.5개(실제로는 12개)를 생산하는 것이 최적이 된다.
복수 제약자원 하에서의 선형계획법 적용
실제 기업 환경에서는 여러 자원이 동시에 제약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생산시간도 부족하고 원자재도 한정되어 있고 저장공간도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어떻게 최적 제품믹스를 결정해야 할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는 선형계획법(linear programming)을 활용한다. 목적함수(기여이익 극대화)와 제약조건들(각 자원의 한계)을 수식으로 표현하여 최적해를 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앞의 가구업체에서 기계시간 400시간, 목재 1,000㎡, 창고공간 300㎡라는 세 가지 제약이 있다고 하자. 의자는 목재 3㎡, 창고공간 1㎡가 필요하고, 테이블은 목재 8㎡, 창고공간 4㎡가 필요하다.
이를 선형계획 모형으로 표현하면: 목적함수: 최대화 20,000X₁ + 40,000X₂ (X₁: 의자 수량, X₂: 테이블 수량) 제약조건:
- 2X₁ + 8X₂ ≤ 400 (기계시간)
- 3X₁ + 8X₂ ≤ 1,000 (목재)
- X₁ + 4X₂ ≤ 300 (창고공간)
- X₁, X₂ ≥ 0
이런 복합적인 제약 하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최적해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엑셀의 해찾기 기능이나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제약이론(Theory of Constraints)의 적용
제약이론은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골드랫(Goldratt)이 제안한 경영 철학으로, 제약자원에 초점을 맞춘 관리 방식을 강조한다. 제약이론의 핵심은 전체 시스템의 성과는 가장 약한 고리, 즉 제약자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제약이론에서는 다섯 단계의 개선 과정을 제시한다. 첫째, 시스템의 제약을 식별한다. 생산 공정에서 병목이 되는 작업이나 자원을 찾아낸다. 둘째, 제약을 최대한 활용한다. 제약자원이 유휴시간 없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한다.
셋째, 다른 모든 의사결정을 제약 활용에 종속시킨다. 제약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부서나 공정이 협력하도록 한다. 넷째, 제약의 능력을 확대한다. 추가 투자나 개선을 통해 제약자원의 용량을 늘린다. 다섯째, 새로운 제약이 나타나면 첫 단계로 돌아간다.
실제 제조업체 사례를 보면, 한 전자부품 회사가 제약이론을 적용하여 큰 성과를 거둔 경우가 있다. 이 회사는 표면실장기(SMT)의 가동시간이 제약자원임을 파악했다. 기존에는 모든 제품을 골고루 생산했지만, SMT 시간당 기여이익이 높은 제품부터 우선 생산하도록 변경했다. 또한 SMT의 셋업 시간을 줄이고 가동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설비로 30% 이상의 수익 증대를 달성했다.
실무에서의 제품믹스 분석 과정
실제 기업에서 제품믹스를 분석할 때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모든 제품의 기여이익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이때 직접원가뿐만 아니라 제품별로 차별적으로 발생하는 간접원가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제약자원을 정확히 식별해야 한다. 생산 공정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진짜 병목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없어 보이는 공정이 실제로는 제약요인일 수 있다.
제약자원을 파악했다면 각 제품의 제약자원 단위당 기여이익을 계산한다. 그리고 이 수치가 높은 순서대로 제품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단, 시장 수요의 한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장 조건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고객의 선호도 변화, 경쟁사의 움직임, 경제 상황 등이 각 제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새로운 기술 도입 등으로 제약자원이 바뀔 수도 있다.
정기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제약자원 상황과 제품별 기여이익을 재평가하여 제품믹스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제약자원 관리의 전략적 접근
단순히 현재의 제약자원 하에서 최적 조합을 찾는 것을 넘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제약자원을 관리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제약자원의 확장이나 개선에 투자할 때는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계시간이 제약자원인 상황에서 새로운 장비를 도입한다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기여이익과 장비 투자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시간당 10,000원의 추가 기여이익을 얻을 수 있고 연간 2,000시간 가동한다면, 연간 2,000만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장비 도입비용이 1억원이라면 5년 정도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제약자원의 다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하나의 자원에만 의존하면 그 자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체 생산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 대체 가능한 설비나 외주 업체를 확보해두는 것도 위험 관리 차원에서 중요하다.
혁신적인 기술 도입을 통해 제약자원 자체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인력 제약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공법 개발로 원자재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이 있다.
결론
제품믹스 최적화와 제약자원 분석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게 필수적인 관리도구다. 단순히 개별 제품의 수익성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자원을 고려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전체 최적화를 추구해야 한다.
제약자원 단위당 기여이익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하면, 동일한 자원으로도 훨씬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제약이론의 관점에서 병목 자원에 집중하여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에서는 단일 제약자원 상황부터 복수 제약자원이 존재하는 복잡한 환경까지 다양한 상황에 맞는 분석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선형계획법 같은 수학적 도구를 활용하되, 시장 여건의 변화나 전략적 고려사항도 함께 검토하여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믹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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